이전 직장을 떠나 스타트업으로 갈아탄 지 이제 한달이 되어 갑니다.
떠나게 된 스토리는 여기 있습니다.
소식을 알게 된 주변 분들, 그리고 친구들, 옛 동료들에게서 많은 격려 연락이 옵니다. 모두가 이쪽 업계 분들이 아니라서 스타트업이 뭔지 잘 모르시기 때문에 그냥 창업했다고 설명 드렸더니 다들 제가 대표인 줄로 착각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제 또래의 대부분 분들은 꼭 하는 멘트가 있습니다.
“꼭 성공해라. 그리고 대박내서 나 좀 데려가줘.”
어제는 공직에 있는 친구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뭔가 좀 씁쓸하더군요. 그 친구가 그 직업을 갖기 위해 4년 넘게 시험에 매달리며 고생해가며 씨름하던 것을 본 친구였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제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 사업 아이템은 무엇인지가 사실 쉽게 설명 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없잖습니다. 제가 첫 직장에서 하던 일과 크게 연관되는 일도 아니고요. 제가 스타트업으로 옮기면서 얻게 된 것 그리고 포기하게 된 것들도 명확히 있습니다.
제가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직장에서 입사 5년 차 정도 되었을 때 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 했을 때에 대기업 혹은 공기업에 있을 때와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아직 스타트업을 경험 한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라볼 때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생각 하는 가치는 대충 이렇했습니다.
대기업 / 공기업
- 안정적인 수입
- 주변 어른들에게 무슨 일 한다고 이야기 하기 편하다
- 생활 인프라 (주거, 자녀교육, 의식주 등)에 대한 불안감이 적다.
스타트업
-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업무를 할 수 있다.
-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 해 볼 기회가 많음.
- 일이 재미있다.
- 일에 대한 애착과 성취감이 크다.
- 주변 동료들과의 경쟁이, 상사와 마찰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이 밖에도 많은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제가 스타트업을 결정 하게 된 주요 이유만 나열 했습니다. 아마 각자의 장점이 서로의 단점이 될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겼을 때 처음으로 제가 기대 했던 것은 “재미” 와 “자기계발” 그리고 “성취감”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큰 조직에 있다 보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보다는 조직의 가치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큰 조직에서도 열심히 자기 계발 하면서 일에 성취감을 갖고 노력하는 분들 정말 많이 계십니다. 저도 저의 첫 직장이었던 삼성SDS 에서 많은 것들 배우고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스타트업 쪽의 가치에 대한 욕심이 커져서 옮기기로 결정 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대기업/공기업 쪽에서 가지고 있었던 가치는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창업을 할 때 대박을 꿈꾸며 창업 하는 분들 많습니다. 나쁜 동기부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때 처음 스타트업 도전하는 분들은 이 생각을 갖고 도전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박이 목표가 된다고 하면 스타트업이 갖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조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이런 자유로움, 성취감, 독립심 등도 스타트업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가치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에게 “성공해서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이야기 한 친구들은 아마도 위와 같은 이유가 더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정감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공해서 데려가 달라는 이야기는 제가 그런 안정감을 구축 한 후에 자기들에게 제공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무의식적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안정감” 을 내려놓기 어려운 것이 저희 세대입니다. 제 또래인 80년대 초반 세대들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더 큽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중고생 시절 우리의 아버지들이 IMF를 겪고 한순간에 추락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세대입니다. 대학 졸업 즈음에는 모두들 안정적인 직장 최고! 를 외치며 공무원 시험에 목메이던 세대입니다. 어릴적에는 각자 큰 꿈이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그 꿈을 마음속에 접어야만 했던 세대입니다.
사실 요즘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습니다. 정부에서는 청년 실업, 1인 기업을 돕겠다고 많은 예산을 준비 해 놓고 있습니다. 많은 벤쳐캐피탈 들이 투자할 스타트업 들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습니다. 필요한 각종 인프라 (사무실, 클라우드 서버 등) 도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지원 해 주는 기관들이 많습니다. 지금 저희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을 제공 해 주는 클라우드 지원 센터에서도 자기들 서버 너무 많이 남는다고 지원 받을 기업들좀 많이 소개시켜 달라고 합니다. 그 분들은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제공 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업이기 때문에 지원을 못하게 되면 자신들의 운영 예산 또한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교육도 정말 좋은 교육들 무료로 하는 것들 많습니다. 지난번에 들었던 HTML5 교육도 내용의 질이 매우 괜찮았는데 교육 주관하시는 분들은 무료이고 앞으로 꼭 필요한 내용들인데 사람들이 더 들을 수 있게 홍보좀 계속 해달라는 말씀 계속 하시더군요. 수강생이 적으면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합니다. 예전에 사업 한번 하려면 대출 받고, 연대보증 세우고 하며 시작해야만 했던 시절보다는 확실히 너무 좋아졌습니다.
정부 지원이 IT 쪽에 치중되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IT 쪽이 창업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가능하죠) 또 단기간에 성과가 보이는 분야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하시려는 분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IT의 장점이 또 여러 산업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이 있습니다. IT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은 인프라 사업 정도입니다. 대부분 IT는 사업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음악을 전공하신 분이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이용해 음악을 할 수 있는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합니다. 대신 이런 분들에게는 함께 할 엔지니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또한 큰 과제입니다.
저희 대표가 사업가이고 제가 그 엔지니어 인 케이스입니다. 올해 처음 만났지만 서로 필요한 부분이 잘 맞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전 그 분의 비전과 생각, 그 분은 저의 실력(?)을 높게 평가했고, 저는 대기업에서 누리던 가치 보다 더 좋은 것들을 기대할 수 있었기에 함께 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저희 회의 할 때 물론 돈 이야기 합니다. 대박 내야겠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정말 즐거운 것은 예전 직장에서 제 힘으로 해보기 힘든 것들을 시도해보자고 이야기 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지금 저희는 사무실이 없습니다. 이번주는 누리꿈 스퀘어에 있는 클라우드 지원센터에서 서버 구축중입니다. (그 사무실에 빈 회의실 널려있습니다. 그 분들이 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 마음껏 쓰시라고 합니다. 옆에 커피랑 과자도 많습니다. ㅎㅎ) 다음주는 저희 사업에 관련 된 협회 찾아가 그 사무실에서 일 할 예정입니다. 문서는 전부 구글 드라이브로 만들어서 저장중입니다. 출력 안하고 아이패드로 봅니다.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일 할 수 있는데 궂이 월세, 관리비 몇백만원 들여가며 사무실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빈 장소 많습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홍대 북까페 가서 일 합니다. 어제는 일찍 3시쯤 집에 와서 아내가 깎아주는 과일 먹으며 집에서 일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안 풀리던거 집에서 하니까 되더군요. 정말 빡세게 개발 빌드 해야 할 때가 오면 같이 펜션이나 콘도 빌려 합숙하면서 일 할 계획입니다. 다른 분들은 사무실도 아직 없다고 걱정하시는데 사무실이 없는 것이 너무 편합니다. 저희 모토입니다. “일하기 편한 곳이 사무실이다.”
나중에 되면 저희 아지트를 하나쯤은 만들 생각입니다. 사무실이 아니라 아지트 입니다. 각자 보물 같은거 숨겨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컨셉의 건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원하는 건 딱 이런 스타일입니다. 공원 한가운데 반지하로 묻힌 글래스 사무실.
그리고 저희가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것은 이 사업 대박내고 5년 뒤에 사업 접는 것입니다. (읭? 무슨 소리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시죠?) 지난번에 모여 회의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사업을 조용히 진행 하다가 이게 너무 커지면 어떻게 되는가? 또 다른 대기업 등에서 유사한 사업을 만들어 견제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생각 해 보면 누군가 우리 사업 영역을 견제하게 된다는 것은 저희가 이미 그만큼 성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좋아해야겠지요. 그래서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 사업 잘 키워서 누군가 우리를 견제 할 만큼 성장한 시점이 오면 우리는 사업을 믿을만한 단체나 공익 단체에 넘기고 접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다시 새로운 사업 시작해보자고요. (제가 저희 대표 사업에 참여하자고 결정하게 된 이유도 이런 마인드의 소유자라 그런 부분이 큽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지금 하는 일이 힘들어서 뭔가 탈출구를 생각하시는 분들. 제가 감히 조언 드릴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말씀드리자면 조직이 이끄는 대로 너무 끌려가며 불안 해 하지 마시고 한발짝 뒤에서 주위를 한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온오프 믹스 같은 곳에서 관심 있는 강연이나 모임 찾아서 가끔씩 두달에 한번 정도 참여 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심있는 사업가의 블로그나 책들을 보면서 생각을 한번 정리 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급 해 하지 마시고요. 저도 그렇게 스타트업에 관심 갖기 시작하며 책 보고, 블로그 보고, 모임 나가보고 하다가 3년 만에 인연을 만나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지금 삶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좋은 길들이 열리길 바랍니다. :)
온오프믹스 : http://onoffmix.com/
스타트업을 결심하게 만든 VC 임지훈님의 포스트 : http://www.jimmyrim.com/168, http://www.jimmyrim.com/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