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기

베를린 여행기 정리합니다.

Posted by Jongmin Kim (김종민) on 2016-06-22

사진에 의한 스크롤의 압박이 있습니다.

지난번 Elastic 직업군 소개 포스트에서 간단하게 베를린에 출장가게 된 경위를 설명 드렸습니다. Working Days 이후 며칠 더 머무르면서 베를린에서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돌도 안 된 아이 포함해서 유아 둘 데리고 여행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너무 고생을 해서 둘째가 이유식 떼기 전 까지는 이제 장거리 여행은 그만하자고 아내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한국나이로 4살인데 첫째 래원이는 벌써 비행기를 여러번 탔습니다. 이제 공항에 오면 비행기 보면서 참 신나하더군요. 루프트한자를 타고 갔는데 비행기 시설이나 서비스는 정말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뮌헨 공항을 경유해서 갔는데 공항 면세점 한가운데 BMW i8 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덜덜.

저희는 Mitte 라는 지역에 머물렀는데 중심가라 교통은 정말 편했습니다. 호텔 바로 뒤에 큰 공원도 있고, 애들이 토하고 흘리고 해서 옷이 다 떨어졌는데 다행이 근방에 코인 빨래방도 있어서 애들 빨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수퍼마켓에 가서 애기 분유도 사고 천천히 동네를 산책하고 근처에 식당, 편의시설, 가게 등등은 뭐가 있는지 탐방 하며 첫날은 그렇게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동료인 Tudor & Monica 부부가 초대해줘서 저들의 딸인 Clara 가 유치원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가서 같이 베트남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 놀이터로 갔습니다. 이 놀이터가 저희 부부에겐 상당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놀이터 규모도 정말 컸고, 한국 저희 동네는 놀이터는 많이 있는데 노는 아이들도 별로 없고 다 폐타이어로 포장되어 있어서 흙놀이도 할 수 없는데 여기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일단 기어다닐 수 있으면 다들 흙바닥에서 굴러다닙니다. 부모도 애들 더러워지는데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요. 싸 온 간식들 흙 묻은거 그냥 먹기도 하고… 한국 같으면 위험하다고 다친다고 올라가지 말라고 할것 같은 곳도 여긴 애들이 올려달라면 아빠들이 다 붙잡아 올려줍니다.

참 많은 것이 놀라워서 정신 없이 사진 찍어가며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여기 부모들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부모들도 애들하고 같이 흙바닥에 앉아 놀거나 조금 자란 아이들은 혼자 노는 것을 곁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Tv Tower가 있는 알렉산더 광장(Alexander Plaza) 에 갔습니다. 래원이가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 지하철은 사람도 많고 유모차 가지고 타기 어려워서 거의 태워주질 못했습니다. 베를린에서는 지하철, 기차, 트램을 정말 원 없이 탄것 같습니다. Monica가 애들이랑 가려면 알렉산더 광장이 괜찮다고 해서 갔는데 여기도 별천지였습니다. 주말이라고 여기저기 텐트 세워놓고 애들 장난감 업체에서 와서 엄청난 판들을 벌려놓고, 래원이는 신나서 아주 그냥… 래원이가 한국에서는 상당히 소극적이고 엄마 아빠가 같이 안 해주면 혼자 안 놀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 와서 아주 혼자 엄청 활개를 치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피곤하다고 갓난쟁이때 타지도 않던 유모차도 많이 탔고요.

알렉산더 광장에서 다 놀고 난 다음에는 근처 관광지를 돌며 천천히 걸어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베를린에는 기념비적인 건물도 많은데 새로 짓는 건물도 많아서 신/구 건물들이 참 다양하게 섞여 있습니다.

하루는 아내는 피곤하다고 해서 호텔에서 쉬라고 하고 아들 래원이랑 둘이 트램 여행을 했습니다. 일찌감치 나와서 베를린 중앙역(Berlin Hauptbahnhof) 에 갔다가 자연사 박물관에 갔습니다. 중앙역은 지하 3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정말 엄청난 크기로 되어 있는데 지하까지 뻥 뚫려있어서 햇빛 자연 채광으로 지하까지 다 밝히고 있었습니다. 자연사 박물관 까지 천천히 걸어갔는데도 문 열기 전에 가서 기다렸다가 들어갔습니다. 마침 입구와 전시실 마다 거대한 공룡뼈가 전시되어 있어서 요즘 핑크퐁 공룡 노래 즐겨 듣느라 열심인 래원이가 완전 좋아했습니다.

참고로 독일 모든 교통 (버스, 트램, 지하철, 기차) 에는 개찰구가 없습니다. 표는 구역(A, B, C)에 따라 단방향 2시간권, 하루권, 일주일권, 한달권을 끊어 가지고 다니며 교통수단들은 그냥 타고 내리고 합니다. 불시에 표 검사 해서 없으면 벌금 문다고 하는데 저희는 한번도 검사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뭣모르고 단방향권 여러번 끊어 가지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1일권 끊어서 다녔습니다. 단방향권은 1.7유로, 1일권은 7유로 입니다. 각 역과 트램 기차 안에도 매표기가 있는데 차~암 친철하게도 동전밖에, 그것도 2유로, 1유로, 50센트, 20센트 동전 밖에 안 먹습니다. 나중에 동전 교환하느라 일부러 물건도 사고 했는데 독일 여행 다닐때는 항상 동전 넉넉히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매일 아침 쪼꼬미들은 호텔 창 밖의 트램을 보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워킹데이 전 마지막 주말인 일요일은 그래도 베를린 오면 들러봐야 할 명소인 브란덴부르크 문에 갔습니다. 참고로 출장 워킹데이 일정은 화~토(토요일은 친목활동) 였고 저희는 그 전주 목요일에 와서 출장 끝난 다음주 수요일에 돌아갔습니다. 다시 트램 타고 중앙역 까지 가서 거기서 걸어서 국회의사당을 거쳐 브란덴부르크 문 까지 걸어갔습니다. 가는 공원길에 앉아 래은이 분유 멕이고 래원이는 간식으로 건포도 땅콩을 먹고 있는데 참새들이 날아와서 옆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쪼아먹습니다. 나중에는 다람쥐 까지 나타났습니다. 이곳 동물들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요즘은 유명 관광지 광장에 가면 어디나 거대 비누방울 놀이 하는 아저씨들이 있습니다.

애들이랑 여행 다니면 참 힘듭니다. 관광지 하나를 보려고 해도 분유, 이유식, 기저귀 등 한 짐을 짊어지고 다녀야 해서요. 어디 오래 있지도 못하고 애들 밥 먹을 시간, 낮잠 시간 맞춰 나와야 합니다. 이날도 브란덴부르크 문 하나만 보고 호텔로 왔습니다. 다음날 부터 워킹데이였는데 각 지역에서 모인 직원들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워킹데이에는 Tudor, Monica가 이번 주 협업을 위해 특별히 임대한 공간에서 모였습니다. 저희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던 까페 건물이었는데 이 까페에도 랩탑 가지고 와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까페 바로 옆 공간으로 해서 3층까지 올라가면 옛 산업시대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모인 Beats 팀 인원은 총 9명인데, 이 중 4명은 유럽, 3명은 미국, 2명은 아시아에서 왔습니다.

점심은 보통 나가서 사 먹었는데 한번은 피자도 시켜먹기도 했습니다. 스위스에서 온 직원인 Nicolas가 스위스 초콜릿도 사 오고, 항상 누군가가 Club Mate 를 가져와서 당과 카페인을 보충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Club Mate 는 베를린에서만(?) 파는 일종의 마테 탄산음료(?) 인데, 베를린에 있는 동안 중독되어서 매일 마셨습니다. 한국에서 파는곳이 없나 열심히 뒤지기도 했고. 혹시 파는 곳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제가 일 하는 동안 아내님은 혼자 애들 데리고 계속 동네와 놀이터를 다니셨습니다. 래원이는 물놀이 하다 옷이 홀딱 젖어 맨몸으로 호텔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워킹데이 마지막 주말인 토요일은 동료들과 함께 테겔 공항 근처에 있는 숲 공원으로 놀러갔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숲 공원 나무들 위에 지어 놓은 파쿠르를 했습니다. 1~4 난이도의 코스가 있었는데 3 까지 해봤습니다. 3도 하다가 죽는줄 알았습니다. 높이에서 오는 고소공포증과 코스 건너다가 팔힘 떨어지면 눈 앞이 아찔한게…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저희 팀원인 Dede 는 50이 넘었는데도 클라이밍을 아주… 역시 사람은 평소에 운동을 해야 합니다.

워킹데이가 끝나고 이제부터 휴가라 편하게 관광을 다녔습니다. 본격적으로 관광지를 좀 다녀보기 위해 이 때 부터 1일권을 끊어 기차, 트램, 지하철 원 없이 타고 다녔습니다. 역시 애들과 함께 다니느라 어디 한군데 오래 머물기는 어려웠습니다. 베를린은 독일 도시라기 보다는 뉴욕처럼 여러 인종, 문화가 섞인 도시라 오히려 독일 음식을 먹어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날 처음으로 부어스트랑 돼지 뒷다리 요리도 먹어봤습니다. 오전에는 샬로텐부르그 궁전을 먼저 다녀오고, 저녁에는 Hackescher Markt 역에서 저녁을 먹고 박물관 섬 부근을 산책하고 왔습니다.

역시 이 날도 Club Mate 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 사진에 있던 만세를 부르는 곰은 베를린의 상징인듯 한데 여기저기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다음날은 유명한 베를린 동물원을 다녀왔습니다. 역시 아이들이 있으니 이런 쪽으로 여행 포커스가 맞춰지는건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놀이터와 함께 동물원은 베를린 여행의 2번째 문화충격이었습니다. 동물들이 정말 가까운 곳에, 낮은 펜스 건너, 마음만 먹으면 마치 뛰어 건너올 수 있을것 같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사자도 햇볓이 뜨거워 케이지에 들어왔는데 케이지도 바로 코 앞에 있습니다. 생각없는 애들이 뛰어나가 팔 내밀면 물릴것 같았습니다. 으으… 수족관에도 상당히 큰 물고기들도 많아서 역시 요즘 상어가족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래원이가 꺅꺅 거리며 신나했습니다.

Monica 가 알려준 DM 에서 쇼핑을 했는데, DM은 약국입니다. 하지만 기저귀, 분유 등 육아에 필요한 생필품들과 화장품 등도 마트보다 싸게 팔고 있어서 가족을 데리고 독일 여행하는 분들은 알아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좀 멀리 갈까 그냥 Mitte 근처에 있을까 고민하다가 애들 데리고 무리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고 근처에 있지만 둘러보지 않았던 박물관 섬을 가기로 했습니다. 박물관 섬에는 5개의 유명한 박물관이 있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 유산입니다. 우선 가장 유명한 페르가몬 박물관에 가니 입장료가 페르가몬 박물관만 입장료는 12유로, 5개 박물관 전부 입장 가능한 티켓은 18 유로였습니다. 전부 입장 가능한 티켓을 사고 우선 페르가몬 박물관 부터 돌았는데 애들이 힘들어 해서 2개만 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는데, 페르가몬 박물관에는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유적들이 있는데 바벨론의 성문과 그리스 신전 입구를 통째로 옮겨와 박물관 안에 구현을 해 놓았습니다.

사진은 여기까지 찍었네요. 다음날 다시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습니다. 역시 아이들과 하는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베를린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몇가지를 마지막으로 해 보면

  • 놀이터에서 정말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부모들.
  •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구글맵 보다는 애플맵이 더 쓰기 편했습니다. 정확하고, 반응 속도도 빠르고.
  • 아시아, 그리고 미국 직원들은 만나서 식사하면 보통 한명이 지불하고 expense 하곤 하는데, 유럽 애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항상 각자 먹은것 따로 더치 페이를 했습니다.
  • 기차, 지하철은 오래되었지만 정말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월 단위 카드도 참 편한데 한국에서는 과연 적용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일반 유럽 여행 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문화 도시를 여행하는 느낌.
  • 보통 한국사람들은 체면에 관계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법이나 원칙은 무시하는 듯 한데, 여기는 반대로 체면치레는 안 하면서 법칙은 정말 철저히 지키는 느낌이었습니다. 애들 둘 데리고 택시 타려면 항상 카시트 2개 있는 택시를 불러다 태워야 했습니다.

대충 이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가족과, 평소 보기 힘든 동료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