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Elastic{on} 2017 행사가 끝나고 사우스 레이크 타호에서 또다른 출장 겸 가족 여행 시간을 가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행사 겸 여행기는 이전 포스트 를 참고하세요.
Elastic은 전 세계에 직원을 두고 있지만 지사 개념보다는 리모트 근무 개념이라 같은 팀이라도 다른 국가에 거주하곤 합니다. 엔지니어링 팀 경우 1년에 두번 전체 모임을 갖는데 9~10월 가을 중 유럽에서, 그리고 2~3월 Elastic{on} 행사 이후 미국에서 모임을 갖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모임을 가졌고, 올 봄에도 Elastic{on}이 끝나고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 경계에 있는 사우스 레이크 타호에서 전체 모임을 가졌습니다.
보통은 3박 4일, 팀에 따라서는 4박 5일 동안 함께 머무릅니다. 첫 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타호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날이라 저녁식사만 같이 하고 보통 모임은 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호텔에 집합해서 버스 여러대에 나누어 타고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지나는 동안 설산 풍경을 자주 보게 됩니다. 나무들도 2~30 미터는 되는 쭉쭉 솟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도 정말 멋집니다.
점심은 버스에서 나눠 준 도시락으로 해결 했고, 오후 느즈막히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아내님은 호텔 방에서 짐정리 하고 쉬는 동안 저 혼자 애들 데리고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나왔습니다. 장 보러 가던 중 딸 래은이가 유모차에서 잠드는 바람에 혼자 유모차와 카트를 같이 끌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딸아이는 카트에 뉘이고 유모차도 접어서 카트 밑에 싣고 장을 봤네요.
같이 장 보던 사람들이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역시 샌프란의 정신나간 물가에서 생활하다가 오니 이곳 물가는 정말 싸게 느껴집니다. 물 가격은 절반이었던 것 같네요.
휴양지 답게 분위기나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특히 하늘이 맑고 청명한게 한국에 돌아와 하루하루 미세먼지 걱정을 하면서 살다 보니 그곳이 정말 그립네요.
산 정상 넘어까지 운행하는 곤돌라가 있는데 탑승장이 번화가 한 가운데 있어서 바로 머리 위로 곤돌라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법 빠르게 지나가는데 아들 래원이가 보면서 감탄을 멈추지 않더군요. 딸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습니다…
근처 가게들은 전부 스키복, 스키용품 판매, 대여점들입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니 직원들이 거의 다들 도착해서 로비에 모여서 떠들고 있습니다.
일본 직원이 닌텐도 스위치를 가져와서 자랑도 하고 있고요.
저녁식사 전에 특별히 Elastic 이사회 중 한 멤버가 (이름은 잊어버렸습니다) 와서 직원들과 특별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IPO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는데 딱히 명확한 정보 공유는 없었던 것 같고요, Elastic 처럼 유니크한 개발 문화를 가진 회사가 이렇게 잘 성장하는 것이 정말 놀랍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 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습니다. 샌프란에서 힘들어하던 꼬맹이들도 시차 적응 완벽하게 해서 잘 놀았습니다. 호텔에 수영장도 있어서 애들 수영복이랑 튜브도 챙겨왔는데 알뜰하게 잘 놀았던것 같습니다.
둘째 날 오전에 Engineering VP인 케빈의 진행으로 본격적으로 일정이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작년에는 없던 시상식? 같은걸 했는데, 어떤 경로로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팀 리더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기 업무 범위를 넘어(서양 애들이 다 그런지, 저희 회사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beyond” 라는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팀, 회사 전체 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직원들을 불러 시상을 하고, 다음달 월급에 보너스가 추가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장 끝나고 돌아와서는 전체 메일로 다음번 시상을 위해 동료를 추천 하라는 메일이 왔습니다. 쓰레드로 긍정적인 의견,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회람되었는데요, 다음 부터는 이 행사도 공식화 할 예정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통 행사 첫 순서는 샤이 배논이 나와 이야기하고 간담회 하는 시간이 있는데, 외할머니 상 때문에 Elastic{on} 키노트만 끝내고 이스라엘로 돌아가서 대신 각 팀 리더들이 모두 나와 직원들과 질문 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양 끝에 짤려 조금 더 있기는 한데 대충 20명 가까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올해 엔지니어링 all hands 참석한 사람이 (엔지니어만) 270명 정도 되었는데, (제가 입사할 때 전 직원이 200명, 엔지니어는 120여명) 이제 팀도 정말 많아졌습니다. 사진에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은 로그스태시 창시자이자 Tech Lead인 Jordan Sissel 입니다. 참고로 저희 대부분 엔지니어링 팀에는 Team Lead 와 Tech Lead 가 있습니다. 팀 리드는 팀원들을 관리하고 다른 팀, 회사 전체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 테크 리드는 해당 프로덕트의 큰 그림을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역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조직생활 할 때는 대부분 직급에 따른 그룹장, 팀장, 프로젝트별 PM, 기능별 PL 정도 였던 것 같은데 Elastic을 비롯한 외국 IT 기업들은 역할들이 좀 더 세분화되어 있고 구체적인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Engineering VP 와 CTO 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작은 회사는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대부분 병행하기는 합니다.)
전체 간담회가 끝나고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팀별로, 그리고 Cross-Team 미팅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저는 Beats 팀과 Evangelist 팀 두곳에 속해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직원들은 2개 이상 팀에 걸쳐 있는, 포지션이 애매모호한 직원들이 많습니다. 역시 여러번 출장을 오게 되니 점점 사진은 안 찍게 되네요. 아래 사진은 Beats 팀의 새로운 멤버 카를로스가 찍은 Beats 팀 사진입니다. 두명 정도가 빠졌네요.
Evangelist 팀은 몇명 안 되서 항상 모이면 모여서 셀피로 사진을 찍습니다.
참고로 Evangelist 팀은 두명(여성 둘 - 미국) 빼고 국적이 전부 다릅니다.
아래 사진이 Beats - Logstash 팀 크로스 미팅 중 찍은, SNS 에서 화제가 되었던 조던의 사진입니다. 아직 돌이 안 된 아이를 안고 와서 회의 리딩하는 모습입니다. (프리젠테이션 내용은 살짝 가렸습니다.)
보통 저녁도 식당 예약해서 직원들 다 같이 먹는데 한번은 길 건너 네바다주에 있는 카지노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호텔이 캘리포니아 주 끝자락에 있어서 길 하나만 건너면 카지노 천국입니다.
출장 기간 중 하루는 Fun Day 라고 해서 직원들 다 같이 관광, 여가 활동을 합니다. 가족들도 같이 해도 되고요. 작년에는 스키, 스노모빌, 하이킹 등이 있었는데 올해는 스키, 유람선, 보트낚시가 있었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유람선을 타러 갔는데, 풍경도 너무 좋고 레이크 타호 물이 정말 깨끗했습니다.
위 사진 두장은 Fun Day가 아니고 다른날 저녁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서부터 유람선 사진입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정말 한폭의 그림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다녀온 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내님은 아직도 타호 앓이 중이십니다. 타호 지역의 특징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영하의 날씨인데 햇볓이 정말 강해서 날이 안 춥습니다. 호수 건너 산기슭을 보니 제작년까지 재밌게 했던 게임 스카이림이 떠오르네요. 아… 스카이림 하고싶어라. ㅠ_ㅠ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나서는 곤돌라를 탔습니다. 스키장 가려면 꼭 타야 해서 보통 스키 패키지로 종일권 끊는데 그냥 곤돌라 관광만 하는 1회용 표는 성인 1명 가격이 50달러 가까이 되어서 작년에 혼자 왔을때는 아까워서 안 탔습니다. 올해는 래은이는 공짜, 래원이도 12달러 정도라 한번 타 봤는데 정말 타기를 잘 했던것 같습니다.
창 아래로 숲도 보이고 저 멀리 호수도 보입니다. 꽤 높이까지 올라가느라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쵸큼 무서울 수 있습니다. 산 정상 부근에 전망대가 있어 여기서 한번 내렸다가 전망대 보고 다시 산 넘어까지 갑니다.
올라오면 날씨는 약간 더 쌀쌀해지지만 햇빛도 강해져서 오히려 더 따뜻한 느낌입니다. 호수가 한눈에 보이니 참 시원합니다. 전망대를 한바퀴 돈 뒤 다시 곤돌라를 타고 끝까지 가니 거기서 부터 스키장입니다. 사람들이 다 스키를 어디서 타는가 했더니 스키장이 산 넘어에 있었습니다.
저희는 스키타러 온 것이 아니고 장비도 없어서 눈길만 걷다 왔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내려갈 생각을 안 합니다. 코스가 50여개 정도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사우스 레이크 타호는 정말 스키어, 보더들의 천국인것 같았습니다. 내려오는 곤돌라는 나이 지긋한 남자분 둘과 같이 탔는데 얼핏 봐도 60은 되어 보이는 분들이 매년 스키타러 온다고 했습니다.
타호에서의 일정도 모두 마치고 저는 4일 더 휴가를 내서 LA 쪽에서 가족 여행을 더 하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LA까지 운전을 해서 갈까 했는데,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너무 길에서 시간을 많이 쓰는것 같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레이크 타호에서 가까운 곳은 리노(Reno) 라는 도시의 국내 공항이 있습니다. 여기는 네바다 주 라서 여기로 조금만 가다 보면 타호와는 완전히 다른 기후의 사막 풍경이 펼쳐집니다.
공항에 왔는데, 카트 사용하는데 5달러 입니다… 저가 항공 탔더니 짐도 부치려면 개당 25불씩 추가로 내야 했고요.
배가 별로 안 고파 전날 먹다가 남기고 싸 온 피자로 대충 때웠습니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애들한테 좀 미안하네요.
저는 BestBuy 자판기에서 아이팟 파는것도 예전에 봤는데, 아내님은 음식물 외의 이런 일상품을 파는 자판기를 처음 보셨습니다. 신기해서 한참을 보더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네바다 주 라서 여기저기 슬롯머신들이 있었습니다. 비행기 타는 터미널 바로 앞 까지 있었는데, 사람들이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간간히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출발이 30분 정도 연장된다는 방송이 나오니 저도 가서 한판 땡기고 싶어지더군요. (실제로 하진 않았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화창한 날씨 가운데 정들었던 타호와 작별을 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롱비치 입니다.
이번 All Hands 를 하면서 느낀 점 한가지는 예전보다 비맥북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IBM 씽크패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북을 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은 맥을 쓰고 있습니다. 뉴 맥북 프로 가져온 직원들 보니 조금 부러웠습니다. 저도 업그레이드 하고 싶네요.
그리고 이번에 Engineering VP인 케빈과 개인적인 면담을 했는데, Evangelist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즐겁기는 한데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다른 쪽으로도 경력을 좀 더 쌓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팀 포지셔닝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일단 제가 잘 할 수 있고, 사업쪽에도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나름 구상 해 가서 제안을 했는데 회사 정책에 반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이야기는 좀 잘 진행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팀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케빈과 이야기하면서 고마웠던 점은,
- 케빈 자신은 어느 순간부터 VP of Engineering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지금은 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 스킬로 따지면 자신 역시 주니어다.
- 조급해 하지 말고 앞으로 2,3년 뒤에 뭐가 되고 싶은지 포커스 해봐라. 개발자가 될건지, 아키텍트가 될건지, 트레이너가 될건지.
- 어떤 결정을 하던 간에 자신은 Fully Support 할 것이다.
- 지금의 커리어 문제는 걱정 말아라. 가장 중요한건 일을 하면서 너 자신이 행복한것이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해 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지금 Beats 팀 리드인 모니카와 테크 리드인 튜더랑도 이야기 했는데, 그들도 지금 제가 Beats 프로젝트에 많이 기여하지 못하는 점은 신경쓰지 말고 하는 일이 행복하면 그걸로 자신들은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 줬고요.
처음 입사했을 때 Evangelist 팀 리드였던 샤낙에게도 “나는 Elastic에 입사하게 된걸 정말 행운으로 생각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샤낙이 “Elastic 역시 너같은 직원을 두게 된 것이 큰 행운이다” 라는 이야기를 해 줘서 정말 고마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관리자들이 하는 그냥 표면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안 짤리고 계속 잘 다녀야 할텐데 말이죠.)